57집 | 달의 과학, 달의 젠더 ― 달에 관한 여성 신화의 낭만적 변용과 과학의 안락사 (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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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문학연구소 작성일20-12-10 17:39 조회1,868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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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근대 이후 진리의 중요한 담지자로 부상한 과학이 인간의 젠더(gender) 개념에 영향을 미쳤을 것임을 전제하고 과학과 젠더의 관계를 달의 언어적 재현을 매개로 살펴본다. 달은 신화적 상상력에서 인류 보편적으로 여성화된 자연물이었다. 반면 17세기 초 근대과학자 갈릴레이는 달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이는 달이 여성적이지 않다는 말과 동의어적이었다. 본고는 달에 관한 근대과학적 발견이 달의 젠더에 미친 영향을 신화의 반영물인 문학, 특히 근대과학 이전과 이후의 지점으로 고대그리스 문학과 근대 낭만주의 문학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필자는 달의 신화에서 여성성이 상징하는 바를 라캉의 해석을 빌어 인간으로서는 결코 포착할 수 없는 궁극적 진리로서의 “그것”으로 정의하고 그런 신화가 고대그리스 문학에서 남성적인 서사시와 여성적인 서정시에 반영됨을 살핀다. 근대과학의 출현이후 의식은 자기의식화 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에 따라 달의 신화가 낭만주의 문학에서 변용한 양상으로, 첫째, 신화는 집단적인 서사시 형식에서는 사라진 대신 남성 주체의 개인적 자아를 표현하는 개인적 상징으로 서정시 형식에서 나타나며, 둘째, 달의 신성성 대신 여성성이 강조되며, 셋째, 달의 여성성이 치명성의 속성을 동반하는 특징이 있음을 밝힌다. 이런 논의를 통해 본고는 성차는 사회역사적인 결과물로서 비실체적이라면 상징질서 내에서 우리는 누구나 남자 아니면 여자로서 말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해체 불가능한 실재임을 주장한다. 다만 과학의 충격에도 달의 여성성이 사라지지 않고 변용을 통해 실재하는 것은 과학의 이성적 지배력이 안락사하는 것이면서 남성욕망의 변덕스러운 가벼움이 드러나는 현상이다.
주제어 : 과학, 젠더, 달, 신화, 고대그리스 문학, 낭만주의 문학, 안락사,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