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집 | [52집] 메이지일본의 ‘계몽’ 개념: ‘啓蒙’과 ‘Aufklärung’의 교차 (이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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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문학연구소 작성일18-06-07 14:53 조회2,962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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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근대적 ‘계몽’ 개념이 오니시 하지메(大西祝)에 의해 칸트의 ‘Aufklärung’ 개념에 의거해 처음 제시되었을 때, 거기에서 한자어 ‘啓蒙’이 가지는 종래의 의미 즉 ‘상위자가 하위자를 가르쳐 일깨우다’라는 의미는 여전히 한편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근대적 ‘계몽’ 개념에 포괄된 이중의 의미가 국가주의에 의해 전유되어 또 다른 근대적 ‘계몽’의 의미 형성을 촉발했다는 점이다. 오니시가 말하는 ‘계몽’은 개인, 보편, 비평 등에 입각해 신성권위에 대항하는 비역사적 정신, 혁명적 정신을 의미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가주의에서 말하는 ‘계몽’은 일본의 특정 과거시대를 초기 문명단계로서의 ‘계몽시대’ 또는 완전히 씻어버려야 할 ‘일세시대’로 규정함으로써 현재의 일본을 완성된 국가단계로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또한 그런 구도 안에서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신민·국민교육을 정당화하려는 것이었다. 메이지시기 일본에서는 이렇게 상반하는 두 갈래의 근대적 ‘계몽’의 의미가 형성되어 경합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의미들은 이후 다이쇼시기와 쇼와시기에 걸쳐 다양한 입장에서 변주되면서 각각의 이해에서 ‘계몽’ 개념을 제시하기 위한 전제를 이루게 된다.